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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일상

반도체 일상 15. 양자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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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이과스러운 이야기를 할 때 단골로 나오는 고유명사는 양자역학이 아닐까 싶다. 리처드 파인만이라는 물리학자가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라는 말을 남겼기 때문일까, 어렵다는 인식과 도선 욕구가 생기는 미묘한 이론이다. 명성과 걸맞게 생각보다 많은 분야에 사용되는데, 물론 반도체에도 뿌리 깊게 사용된다. 사실 현재 사용되는 반도체를 이해하는 데 양자역학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깊이 들어가야 비로소 양자역학이 등장하지만, 이는 현상의 직관적인 이해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30년정도 후에 나올 반도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30년 후면 무슨 소용이냐고? 그야 아무 쓸모없다. 하지만 30년 후에 나온다는 건 지금도 열심히 연구되고 있다는 것. 잘하면 10년 후에도 나올 수 있다는 것. 믿져야 본전이니 살짝만 알아보도록 하자.


 '양자'라는 단어는 사람 이름을 딴 이론이 아니라, 실제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사전에 따르면, 양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물질의 최소량 단위를 뜻한다. 여기부터 난해해진다. 언뜻 들었을 때 고양이도 나오고 스파이더맨도 나오는 뭔가 마법적인 무언가였는데, 최소량 단위의 역학이라니… 갑자기 관심이 떨어지고 현실세계와 더욱더 동떨어져 보인다. 


 지금부터 '양자'라는 단어는 잠시 접어두고 한 가지 철학적인 생각을 해보겠다. (사실 그렇게 철학적이지도 않다.) 여러분 앞에 있는 무언가를 바라보는 순간을 상상해 보자. 그 물건을 보고 나서야 그것이 무엇인지 인지하게 된다. 만약 앞에 사과나 호박 중 하나가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해 본다면, 보기 전에는 사과일 수도, 호박일 수도 있다. 아직 보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분은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그러다가 바라보고 사과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 비로소 사과가 있음을 알게 된다. 


 여기서 다시 질문을 던져보겠다. 사과를 보기 전에는 앞에 사과가 있었을까? 호박이 있었을까? 뇌에서는 사과라고 대답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과'가 정답은 아니다. 정답은 '사과와 호박이 공존한 상태'이다. 다시 말해, 여러분이 앞에 있는 것을 관측함으로써 사과가 존재하게 된다. 그전까지는 사과와 호박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이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 얼탱이가 없어 포스팅을 끄려고 하겠지만, 부탁이니 좀만 참아달라. 우리의 우주는 여러분이 앞에 있는 물건을 보기 전까지 하나의 상태로 존재하다가, 관측하는 순간 ‘사과를 본 우주’와 ‘호박을 본 우주’로 나눠지게 된다. 이를 양자화라 한다. 바꿔 말하면 여러 개의 가능성 중 관측의 행위로 한 개의 상황이 결정되는 게 양자화이다.


 그렇다면 이런 이론에 왜 양자라는 단어를 사용할까? 방금 든 사과와 호박의 비유는 맞지 않다. 사과는 관측될 가능성이 너무 높아서, 내가 직접 보지 않더라도 어느 순간 그 존재 확률이 100%가 된다. 따라서 존재 가능성이 50%인 개연성을 가지려면 가장 작은 단위여야 한다. 물론 '양자'라는 용어가 단순히 가장 작은 단위를 표현하기 위해 채택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관측하지 않았을 때 존재 확률이 100% 미만의 개연성을 가진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제 이 양자를 이용해 어떻게 양자컴퓨터를 만드는지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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