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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일상

반도체 일상 12.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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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뒷판을 열어보면 작은 검은색 칩들이 있다. 이 칩은 우리가 손바닥만 한 기기로 은행 업무와 통화, 게임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외계인에게 호그와트 마법사가 와서 온갖 마법을 보여줘도, 스마트폰이 더 마법 같다고 생각할 것이다.(물론 우리보단 덜 진화한 외계인 이어야한다.) 외계인의 본능적인 호기심은 "저게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하고 탐구하겠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회로를 보고는 끝내 좌절하게 될 것이다.

 

 피라미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감히 인간이 만들었다고 생각되지 않는 저 칩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질까?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천재적이고 복잡해 보이는 것은 사실 간단한 몇 가지가 합쳐져서 난해해 보이는 것뿐이다. 칩도 마찬가지다, 무척 간단한 것들이 모여 합쳐진 결과일 뿐이다. (너무 간단한 건 지면이 적어 말할 수 없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주길 바란다.)

 

 처음은 빛이다. 세상의 많은 물질은 빛을 받았을 때 성질이 변화한다. 피부가 검게 타거나, 카메라의 필름, 식물이 광합성을 한다. 빛과 물질 사이에 선글라스 모양의 가림막을 둔다면 물질은 선글라스를 제외한 영역만 변화한다. 마치 선글라스를 계속 써서 선글라스를 제외한 영역만 타버린 트럼프처럼 말이다. 이처럼 회로 모양의 가림막을 만들어 빛과 물질 사이에 배치해두면 회로 모양으로 물질 변화를 그릴 수 있다. 가림막을 투과한 빛이 작은 영역에 모이게 한다면 더 작은 회로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컴퓨터에서 설계한 회로를 현실 세계에서 똑같이 그려주는 포토 공정이다. 정리하면 포토 공정은 그림을 그리는 공정이다.

 

 두 번째는 진공이다. 진공은 내부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다. 친숙한 응용으로는 진공청소기, 진공 포장, 우주의 진공 상태가 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이므로 내부에 전기를 가하면 상호작용할 물질을 갈구 한다. 여기에 전기에 민감한 물질을 넣어주면 내부에는 이 물질과 전기밖에 없으므로 신나게 돌아다닌다. 이를 플라즈마라 한다. 여기에 실리콘 판과 도포하고자 하는 물질을 넣어주면, 신나게 돌아다니던 플라즈마가 물질을 판에 옮겨붙인다. 마치 판 전체에 페인트칠을 하는 것과 같다. 이를 증착 공정이라 한다. (응용하면 임플란트 공정으로도 쓰일 수 있다.) 만약 전기를 반대로 가하면 플라즈마가 판에 있는 물질을 뺏어가게 할 수 있다. 이는 식각 공정이라 한다.

 

 세 번째는 열처리다. 열처리는 고기를 익히는 것처럼 특정 물질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다. 이는 말 그대로 열처리 공정이라 한다.

 

 네 번째는 청소다. 기름때는 에탄올로, 물때와 곰팡이는 락스로 제거하는 것처럼 각종 물질을 제거할 때마다 다른 용액으로 제거한다. 이를 클리닝이라 한다. (응용하면 식각과 증착도 가능하다.)

 

 다섯 번째는 조립이다. 레고를 조립할 때처럼 딱 맞게 조립하는 것이다. 이를 패키징 공정이라 한다.

 

 정리하면 그림을 그리는 포토 공정, 물질을 쌓는 증착 공정, 물질을 제거하는 식각 공정, 물질을 변화시키는 열처리 공정, 닦아 청소하는 클리닝 공정, 조립하는 패키징 공정이 있다. 이 여섯 가지를 응용해서 원하는 모양의 칩을 만든다. 그리고 칠하고 그리고 깎고 닦고, 그리고 칠하고, 열처리하고 마지막으로 조립하는 과정 뿐이다. 단지 포토공정과 진공을 구현하는게 까다로워서 그렇지, 이 두가지도 만드는 원리 자체는 간단하다.

 

 자 이제 반도체 칩을 만들어보자. 우리에게 포토공정과 진공을 만들 여력은 없으니까, 다음에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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