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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일상

반도체 일상 11. 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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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율'이라는 단어는 반도체 관련 이야기에 빈번히 등장한다. 사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수산시장, 농업, 제약, 가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영어로 "Yield"라고 하는 수율은 투입한 주 재료의 수량 대비 잘 만들어진 수량의 비율을 뜻한다. 예를 들어 프렌치토스트를 만들기 위해 식빵 10조각을 사용했을 때 4조각은 태워버리고 6조각만 잘 만들어졌다면, 수율은 60%이다.

 

 토스트가 잘 만들어지기만 하면 되는데, 왜 모두가 수율에 이토록 관심이 많을까? 직관적으로 수율이 높아 적은 재료로 많은 양의 반도체를 만들어 판다면 순수익을 높을 것 같다. 수익에 대해서는 회사 관계자와 주주만 관심 있어도 될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경쟁 회사와 소비자, 정부, 일반 시민도 수율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반도체에서 수율은 단순히 잘 만들어진 개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반도체는 매우 세밀한 작업이기 때문에 조금만 틀어져도 불량이 난다. 문제는 세밀한 작업이기에 필연적으로 틀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정을 하는 엔지니어는 틀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면서도, 어느 정도까지 틀어져도 괜찮은지 기준을 세운다. 다시 말해 이 기준을 넘어가면 반도체는 불량이 나는 최종 마지노선이다. 이를 '공정 스펙'이라 한다. 수율 엔지니어는 이 스펙을 사수하는 업무를 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수율이 낮다는 것은 공정 자체가 이 스펙에 간당간당하게 걸쳐있다는 뜻이다. 공정이 잘못되고 있다면 성능과 품질에도 문제가 있다는 뜻이므로, 수율이 낮으면 단순히 수익이 낮다는 의미가 아닌 품질이 나쁘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즉, 수율은 품질과 순이익의 의미를 담고 있어 반도체 업의 모든걸 담고있다고 볼 수 있다. 딱 봐도 마케팅 수단으로 딱이다. 따라서 기업은 수율을 단 0.1%라도 더 올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하고, 높은 수율이 나오면 마케팅 수단으로 즉시 활용한다.

 

 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명확하고 간단하다. 반도체 일상 1. 트랜지스터, 반도체 일상 2. 배선반도체 일상 6. 회로 및 반도체 구성요소를 잘 설계하고 반도체 일상 5. 먼지를 줄이고 공정 스펙을 빈틈없이 사수하면 된다. 물론 반도체 일상 10. 평가를 느슨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나중에 품질 불량이 발생해 환불 요구가 생길 수 있으니 추천하지는 않는다.

 

 오늘은 반도체 수율이 제조 기업의 순이익과 품질에 대한 실력은 나타낸다는걸 알았다. 반도체가 성능만 좋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기술 개발의 성공 여부도 수율로 판단할 수 있다. 기술 개발에 실패했다면 수율은 0%이고, 성공했다면 50~90% 정도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끝내면 심심하므로, 수율 엔지니어를 괴롭히기 위해 수율을 낮춰보고 끝내자. 각종 불량을 발생시켜 수율을 낮추는 방법은 이전 포스팅에서 많이 다루었으니 생략하겠다. 이외 가장 간단한 방법은 단순히 투입 수량을 줄여 수율 수치가 불량에 민감하게 만드는 것이지만(수율: 투입 대비 잘 만들어진 반도체), 우리가 마음대로 투입을 줄일 수는 없으므로 이 방법도 제외하겠다. 두가지를 제외하고 남은 것은 바로 평가인데, 평가에서 평가 조건을 조금 강하게 걸면 된다. 여기서 어느 하나만 강하게 하면 해당 평가 때문에 수율이 낮아졌다는 것이 티가 나므로, 평가하는 여러 조건에 미묘하게 적용해야 한다. 평가를 100개쯤 본다고 했을 때 오늘은 1개, 내일은 2개, 모레는 1개 정도로 바꿔야 티 나지 않게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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