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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일상 15. 양자역학 어려운 이과스러운 이야기를 할 때 단골로 나오는 고유명사는 양자역학이 아닐까 싶다. 리처드 파인만이라는 물리학자가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라는 말을 남겼기 때문일까, 어렵다는 인식과 도선 욕구가 생기는 미묘한 이론이다. 명성과 걸맞게 생각보다 많은 분야에 사용되는데, 물론 반도체에도 뿌리 깊게 사용된다. 사실 현재 사용되는 반도체를 이해하는 데 양자역학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깊이 들어가야 비로소 양자역학이 등장하지만, 이는 현상의 직관적인 이해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30년정도 후에 나올 반도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30년 후면 무슨 소용이냐고? 그야 아무 쓸모없다. 하지만 30년 후에 나온다는 건 지금도 열심히 연구.. 더보기
반도체 일상 14. HBM 이전 포스팅 반도체 일상 13. GPU에서 인공지능에 꼭 필요한 반도체는 GPU와 HBM이라고 언급했다. HBM은 GPU에 연결되는 메모리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아주 잘 팔리는 기념비적인 반도체이다. HBM은 "High Bandwidth Memory"의 약어이다. "High"는 '높다'는 뜻이고 "Memory"는 '메모리'라는 뜻인데, "Bandwidth"는 무슨 의미일까?  메모리 반도체와 GPU가 상호작용하려면 배선이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배선은 한 가닥으로 연결될 수도 있고, 열 가닥이나 천 가닥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연결된 배선의 수가 많아지면 점점 부피가 커지고 띠처럼 보인다. 이 띠의 넓이를 "Bandwidth"라고 한다. 물론 띠의 넓이를 줄자로 측정하진 않지만, 이 선의 개수를 "Ban.. 더보기
반도체 일상 13. GPU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며 가장 필요해진 반도체는 단연 GPU와 HBM이다. HBM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기로 하고 GPU를 먼저 살펴보겠다. GPU는 "Graphic Processing Unit"의 약어로, 그 어디에도 AI나 인공지능 같은 단어는 담겨있지 않다. 사실 현재 인공지능만을 위한 반도체는 없다. 여러 후보가 있지만 경제성과 신뢰도 있는 성능과 품질을 확보하지 못했다. 따라서 그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반도체를 사용하는데, 그게 바로 GPU다. GPU의 'G'에 해당하는 그래픽은 화면에 나오는 이미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시 말해 동영상을 모니터(TV)에 출력하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즉, 동영상의 한 순간을 가로 세로로 잘게 쪼개서, 맨 왼쪽 맨 위는 핑크색, 그 옆은 진한 핑크색, … 맨 .. 더보기
반도체 일상 12. 공정 스마트폰 뒷판을 열어보면 작은 검은색 칩들이 있다. 이 칩은 우리가 손바닥만 한 기기로 은행 업무와 통화, 게임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외계인에게 호그와트 마법사가 와서 온갖 마법을 보여줘도, 스마트폰이 더 마법 같다고 생각할 것이다.(물론 우리보단 덜 진화한 외계인 이어야한다.) 외계인의 본능적인 호기심은 "저게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하고 탐구하겠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회로를 보고는 끝내 좌절하게 될 것이다.  피라미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감히 인간이 만들었다고 생각되지 않는 저 칩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질까?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천재적이고 복잡해 보이는 것은 사실 간단한 몇 가지가 합쳐져서 난해해 보이는 것뿐이다. 칩도 마찬가지다, 무척 간단한 것들이 모여 합쳐진 결과일 뿐이다. (너무.. 더보기
반도체 일상 11. 수율 '수율'이라는 단어는 반도체 관련 이야기에 빈번히 등장한다. 사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수산시장, 농업, 제약, 가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영어로 "Yield"라고 하는 수율은 투입한 주 재료의 수량 대비 잘 만들어진 수량의 비율을 뜻한다. 예를 들어 프렌치토스트를 만들기 위해 식빵 10조각을 사용했을 때 4조각은 태워버리고 6조각만 잘 만들어졌다면, 수율은 60%이다.  토스트가 잘 만들어지기만 하면 되는데, 왜 모두가 수율에 이토록 관심이 많을까? 직관적으로 수율이 높아 적은 재료로 많은 양의 반도체를 만들어 판다면 순수익을 높을 것 같다. 수익에 대해서는 회사 관계자와 주주만 관심 있어도 될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경쟁 회사와 소비자, 정부, 일반 시민도 수율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반도체에.. 더보기
반도체 일상 10. 평가 반도체 업계의 모든 엔지니어와 경영자, 그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 그리고 회사가 위치한 지역의 주민과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건은 바로 판매된 반도체가 소비자에게 전달된 후 불량이 발생하는 것이다. 주민과 시장을 왜 언급했는지 저자도 사실 까먹었지만, 회사의 위험이 곧 세금과 집값에 영향을 줘서 그랬으리라 본다. 이런 슬픈 사건을 방지하는 방법은 단 하나다. 만든 반도체에서 불량이 날 만한 요소를 모두 평가한 뒤, 통과한 제품들만 판매하는 것이다.반도체는 배선이 끊어지거나 공정이 잘못되는 등의 큰 문제로 인해, 평가하는 즉시 대량의 불량이 발생한다. 초기에 불량이 폭풍처럼 한 차례 발생한 후, 한동안 불량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반도체 일상 1. 트랜지스터에서 다룬 TDDB(Time-Depende.. 더보기
반도체 일상 9. 반도체 패권 인류가 필수로 확보해야 할 자원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농경 사회에서는 쌀이었고, 산업 시대에는 석유가 필수 자원이었다. 석유 확보를 위해 전쟁도 빈번히 일어났다. 21세기 정보 시대를 맞이하며 반도체가 필수 자원이 되었고,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사이좋게 지내지 굳이 왜 싸우는지 궁금하지만, 역사적으로 어느 시대를 보더라도 그 시대의 근간이 되는 자원에 대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많은 경쟁이 있던걸 보면, 패권 싸움이 발생하는 게 이상한 현상은 아니다. 반도체 분야를 처음 시작한 것은 "지구의 우두머리" 미국이다. 벨 연구소에서 쇼클리와 친구들이 트랜지스터를 발명하여 회사를 설립한 것이 그 시작이다. (반도체 일상 1. 트랜지스터) 쇼클리는 엄청난 고집과 갑질로 악명 .. 더보기
반도체 일상 8. CPU 앞선 반도체 일상 7. 메모리에서 메모리에 대해 다루었으므로 이번에는 컴퓨터에 메모리와 함께 꼭 필요한 CPU에 대해 알아보겠다. Central Processing Unit(중앙 처리 장치)의 약자인 CPU는 컴퓨터의 두뇌라고 불린다. 보통 어떤 집단에서 "OO 집단의 두뇌"라고 불리는 사람은 생각이 정말 빠르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척척 내는 역할을 맡는데, CPU는 전자에 해당한다. "83,853 곱하기 12,947 나누기 2,312가 뭐야?"라고 했을 때 "469,569.54628028"이라고 즉각 답하는 천재 안경잽이 캐릭터. 컴퓨터에서는 이런 역할을 CPU가 한다.CPU는 메모리에서 각종 정보를 가져와 덧셈과 숫자 비교를 한다. 예를 들어 2와 3을 줬을 때, "2+3=5, 3은 2보다 크다!"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