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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일상

반도체 일상 3. 커패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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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전기"라고 하면 더 친숙해 보이는 커패시터는 지금 당장 만들 수 있다. 두 개의 숟가락을 마주 보게 하고 조금 띄워서 들고 있어보자. 커패시터 완성! 이처럼 커패시터는 두 개의 금속이 마주 보고 있으면 만들어진다. 마주 보는 금속 사이에 무엇을 채워 넣느냐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 밥 위에 무엇을 얹느냐에 따라 카레가 되고 돈부리가 되고 불고기 덮밥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사이에 전해질이 있으면 배터리가 되고, 산화막이 있으면 회로 부품이 된다.

 커패시터를 강력하게 만들려면 두 개의 금속을 거의 닿을 듯 가깝게 하고 마주 보는 면적을 엄청나게 넓게 하면 된다. 두 개의 압정을 멀리 떨어놓는 것보다 두 개의 엄청 큰 철판을 샌드위치처럼 가깝게 붙여놓으면 매우 강력해진다. 머릿속으로 상상만 해도, 강한 커패시터란 두 금속이 닿을 듯 말 듯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느낌이다.

 커패시터는 첨단 반도체 제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역할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금속 두 개가 존재하면 모두 커패시터가 되어버리므로 배선이 있는 곳은 어디든 커패시터가 생긴다. 커패시터는 마주 보는 두 금속에 전자가 모이며 동작 시간을 지연시키는 성질을 가진다. 따라서 배선에서 원치 않는 시간 지연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공학도들이 싫어할 만한 문제다. 물론 일부러 속도를 지연시켜 전자를 저장하거나(나중에 메모리가 된다) 정전기와 같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완화하는(나중에 ESD가 된다)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커패시터는 구조 자체가 무척 단순하므로, 고장 내는 방법도 아주 간단하다. 금속판 사이를 조금 가깝게 하거나 멀리하면 고장 난다. 조금 가깝게 하면 두 전극이 붙어버리게 되고, 조금 멀리하면 커패시터 기능이 약해져서 쓸모없어진다. 특히 DRAM에선 몹시 심각한 불량이 되는데, 컴퓨터 메모리를 고장 내고 싶을 땐 자기 전에 "저 놈 컴퓨터 DRAM의 커패시터 거리를 조금 바꿔주세요!"라고 기도해보자.

멋지게 표현하자면 반도체의 시간의 마법사! 나쁘게 표현하자면 반도체의 사악한 기생충! 커패시터에 대해 알아봤다. 이렇게 얻은 지식을 어디에 쓸까? 자신이 믿는 신에게 공학적으로 기도하는 데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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