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본적이고 쉬운 개념인 '저항'을 반도체 일상 4.에 와서야 다루는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사실 까먹었다. 포스팅을 까먹을 정도로 다룰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 상식적인 개념이 저항이다. 저항은 전기가 흐르는 데 얼마나 버거운지 나타내는 척도다. 예를 들어, 220V의 전압을 가했을 때 저항이 2Ω이면 110A의 전류가 흐르고, 100Ω이면 2.2A의 전류가 흐른다.(Ω은 저항의 단위이다.)
반도체에서 저항은 면저항과 선저항으로 나뉜다. 면저항은 반도체 소자의 서로 다른 부분이 접촉할 때 발생하는 저항이고, 선저항은 배선 자체의 저항이다. 면저항은 단순히 전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정도 이상의 의미가 있는데, 복잡한 공정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지표로 쓰인다. 반도체 공정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 중 하나가 미세한 구멍을 뚫고 연결하는 것이다. 구멍을 제대로 뚫지 못하거나, 잘 뚫었더라도 이후 공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면저항이 높아진다. 따라서 면저항이 높아지면 모두가 큰 문제가 생겼음을 알아채고 고민하는 척을 한다. (사실 다시 만드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고민하는 척만 하는 사람들에게 다시만들어도 여전히 면저항이 높게 나오는 좌절감을 선사하기 위해(왜?) 티가 하나도 안나게 면 저항만 높여보자. 평소보다 구멍을 작게 뚫는 건 너무 티가 난다. 접촉하는 물질을 바꾸는 것도 마찬가지다. 구멍을 만든 뒤 물질을 접촉시키는 과정에서 접착제 역할을 하는 물질이 있다. 각종 시계(특히 애플)에서 광고하는 티타늄이 대표적인데, 금속을 붙이기 전에 접착제로 쓰인다. 이 티타늄은 배선 금속 물질보다 저항이 높다. 따라서 구멍을 뚫은 뒤 티타늄을 조금만 더 넣으면 면저항이 높아진다. 티타늄을 넣는 양 자체가 적어 절대 티가 나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티타늄에 질소를 살짝 섞어도 된다. 사람들이 멘붕에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우는 저항에 대해 알아봤다. 면저항은 좀 더 고등 교육에서 다루는 개념이라 흥미롭게 느껴졌을 것이다. 특히 공정하는 사람들을 골탕 먹일 방법을 알았으니 두근거렸을 것이다. 시간을 내에 읽은 이 저항의 개념을 숙지한뒤, 누군가 저항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면저항인지 선저항인지 정확히 명시하라며 아는 척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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